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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새노 
Subject  
   나는-/權連理枝
  나는-


나는 신경질적이다
오십알씩 먹는 丸을
수십번도 더 센다
숫자를 맞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러다 끝내는 집어 던져야 할 충동에서
이성으로 돌아가는
人間的인 연습 때문에

나는 짜증스럽다
그대가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버리고 가면 발병 난다는
자존심 없는 아리랑 곡조가 좋고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것보다
굿거리 창부타령이 훨씬 흥겹다

나는 날카롭다
뚜렷한 사랑보다
혼미한 꿈같은 이별이 좋다
내 사랑은 이별이고
사랑은 이별로 완성된다

나는 예민하다
내가 常時앓는 위장장애나
알레르기엔 신경성이란 형용사가 붙는다
멀리 있을 섬의 외로움이 들리고
내 몸 속의 비릿한 흙의 그리움이 들린다
그래서 나는 피곤을 목숨처럼 달고 다닌다

나는 어지럽다
흘러 넘치는 것보다야 나은 빈혈 때문이 아니라
휘젓어 놓은 커피의 동그라미 또는
창밖 전깃줄에서
맺혔다 떨어졌다 하는 빗방울
혹은
내가 누울 방바닥
내가 쳐다 볼 천장의 연속 무늬 때문에

그러나
나는 무엇보다 매일이 슬프다
아버지의 그날
웃기는 男子의 아내가
종일토록 읊은 회심곡과
단 한방울의 눈물도 감추어야 했던
고집과
모든 것이 아버지와 연결되는
이 끝날 줄 모르는 砒霜같은 슬픔 때문에

이렇게 나는 자신을 알 수 없는 채로
목숨 부지한다


*사실 이 작가의 이름을 한글로 적을수가 없어서 혹시나 이 작가가 있나 검색하니
다행히 ''권연이기', 권련이지, 권연리지' 로 나온다.  
오랫동안 이름을 해석(?) 하려했으나 포기하고,
작품만 잊혀질만 하면 꺼내 읽곤 했다. 오늘도 마찬가지..
시집 제목은 『내가 너를 사랑한들 사루비아 꽃순보다 붉으랴』 이고
대구 물레출판에서 1988년 8월 12일 나왔다.
나는 이 시집을 손에 넣은 것을 두고두고 감사한다.
나를 닮은 시집, 20대 초반의 나를 닮은 시집이다.
실은 이 시집은 1988년,  갓 20대에 출판사에 들어가서
내 손으로 만들어 본 첫 시집이다.
그래서 내 손에 들어왔다.
책값은 2000원이다.
이 시집을 가진 분이 계시면 놔두고,  아니면 시간이 날 때 올려
함께 읽고 싶은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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