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269   14   1
  View Articles

Name  
   자운 
Homepage  
   http://skjm70.poetspirit.co.kr
Subject  
   적막강산 외 1편/ 장 영
             적막강산 외 1편
                           장 영


길이란 길은 모조리 끊겨
총총 빛나는 슬픔이 되고
텅 빈 세상을 위하여 별들이 나옵니다
놀러나온 밤새들도 목소리 죽이는 이 시간

쉬잇,

대밭 아래 누군가 갑자기 넘어지는 소리
푸른 어둠을 흔들어 바람을 깨우니
휘어지는 대나무 고요한 풍경이
수런대며 빗장을 엽니다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다지요
저 숲 강퍅한 나무들
한번도 슬픔인 줄 몰랐다지요
저 사내 웅크린 어깨
어둠이 깊어 새벽이 오듯
꽉 차오른 세상도 마침내 텅 비게 마련인 걸
노여움도 분노도 마침내 기울어
슬픔이 되기 마련인 걸

한 사람의 웅크린 어깨를 위하여
숨죽이는 적막강산

별과 길과 숲과 나무들의




              폐광촌에서
                               장 영


  매번을 망설이고 돌아서면서도 끝내는 버릴 수 없었다. 서른
몇 해 단련된 그리움을 깎아내어 얻어낸 확신 그 버릴 수 없는
사랑이 우리 만남의 전부였을 때 용서해다오 그대여 산다는
것 모든 일 이와 같고 오래 전 카바이드 따스한 불빛 일구어
떠나간 사람들 저 세상의 어둠 속으로 쉽사리 지워졌음을 알
았을 때 아직 들키지 않은 또 다른 그리움 하나 찾아내어 마
지막 웅크림으로 무너지지 않을 그리움의 집을 지었다 핏방울
이 지층 밑을 구르고 있었다 솔바람 한 자락에도 다정했던 네
속눈썹 그려붙이며 살아 있음이 한 줌 위안조차 될 수 없는
이 춥고 어두운 기다림의 끝에서 다시 또 부질없는 그리움으
로 손바닥 마주 붙이고 마디마디 그리움에 질식되어 쓰러졌다
깨어나 고개 들고 보면 언제나 출구 막혀버린 기다림의 갱도
坑道안이었다. 단 한 번의 무너짐에도 뚝뚝 부러지던 관절처럼
우리들 사랑도 그와 같아서 늘 꺾이기 쉬운 자세로 버림받은
채 세상의 바람 부는 문 밖에서 여전히 울고 있는 것인지 오늘
도 바람은 양철 지붕 위를 가장 낮은 음계 되어 달려가고


  장 영 시집 <도천동에서 길을 잃다>


Prev
   재래시장 외 1편/ 옥근아

자운
Next
   떨기나무/칼 윌슨 베이커

나루


Copyright 1999-2019 Zeroboard / skin by Zety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