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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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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감염/윤의섭
感染  

                윤의섭


이건 몸에 쓰이는 후기 혹은 가장 오래 이어진 필사여서

아프기 전에 이미 아픔의 절정을 알고 마는 참어(讖語)

같은 증세로 저녁의 구름은 노을을 옮겨 적는다

꽃내음은 바람을 적시고 바람은 멀리 한 계절을 끌고 간다

그러니까 나는 네게 복제된 증상이다

비접촉으로도 너의 고통과 결합하는 방식

물들기 쉬운 내력을 앓고 있었으므로 너는 다시 내가 불러낸 처음

어느 살점 속에 말없이 뿌리 내리다 떠나가는 유목은 흔적을 남기지 않지

치명적이더라도 내게만 머물기 바라는 난치의 기억

내게서 자라나다 내 안에서 죽어야 하는 너라는 병

전이의 경로를 따라가 보면 달처럼 맴돌았다는 진단이 나올 것이다

한때 월식이 있었고 해독하기 힘든 천문이 새겨졌을 것이다

온몸으로 퍼지는 불온한 증여를 들여다본다

여기에 어떤 병명을 갖다 붙여도 가령

빗방울에 스민 구름 냄새라든가

단풍나무가 머금은 햇볕의 온기라든가

어쩌면 네게서 너무 멀어져 알아내기 힘들지라도

나는 지금 징후와 후유증 사이의 중간계를 통과하는 중이다

나는 아프기도 전에 감동했다는 것이며

물들었으므로 닮아가야만 하는 의례를 따라

그리하여 면역이라는 영역에 들어설 때까지


==>오늘 그의 신간시집 ‘어디서부터 오는 비인가요’를 앞에 놓고 생각해 보니까 근 20여 년 동안 여기저기서 그를 만난 게 얼추 3번은 되는 것 같으니 아주 없는 인연은 아닌 것도 같다.
  예전에 읽던 그의 시편에서는 삶과 아닌 것에 대한 근원을 찾는 시인의 집요한 탐구의 시선이 독자의 긴장을 허투루 느슨하게 하지 못 하게 팽팽한 긴장을 요구하는 경향이 강했었다.그런데 이번에 읽는 그의 시집-사실 아직 전편 다 읽지는 못 했다-에서는 그가 이전에 펴냈던 ‘붉은 달은 미친 듯이 궤도를 돈다’에서 읽었었던 아련한 삶의 경계에 대한 천착을 느꼈다면 나만의 지나친 편향적 독해인가?  
  감염에서는 ‘어느 살점 속에 말없이 뿌리 내리다 떠나가는 유목은 흔적을 남기지 않지’행에서 오후의 고요를 내려놓고 한동안 빈 행간의 높이를 가늠해 본다.  
  내가 감염된 그녀라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는 어느 나이에 이르면 면역될 수 있는 것일까.  

**윤의섭의 시집 '‘어디서부터 오는 비인가요'/민음사








초하
대학시절, 그를 매일 보던 때가 있었는데...
시의 느낌만큼 멀어진 기분이 드네요.
 2019/12/07    

초록
부산에서 발행하는 사이펀 이라는 시전문 문학지가 있는데 그 곳에 윤의섭이라는 이름이 편집자문위원으로 등록이 되어 있더라구요. 같은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2020/01/01    

나루
대전대 교수라고 돼 있으면 맞을 거야, 그 친구 예전에 여기서 같이 모임도 하고 글도 썼는데  2020/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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