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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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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재구, ‘사평역에서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 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 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오래 전 모임을 끝내고 몇몇이 역 대합실에 앉아 간밤의 피로를 풀어내고 있을 때였다,  
  문득 그 때 우리는 서로의 모습이 오래 전 동시개봉 영화관의 대기석에 앉아 영화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비슷하다고 놀리던 기억이 났다,  
그 중 한 둘은 그 때가 마지막이었고 남은 한둘도 머지않아 마지막이 될 것 같으다,마치 연착하는 막차가 오면 모두 타고 떠나버리고 말 것임을 알면서도  모른 척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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