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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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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빈집/ 최 하 림
겨울 빈집/ 최 하 림


며칠째 눈은 그치지 않고 내려 들을 가리고
함석집에서는 멀고 먼 옛날의 소리들이 울린다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내리는 눈은
처마에서 담장에서 부엌에서 간헐적으로 기명 울리는 소리를 낸다
귀 기울이고 있으면 연쇄파동을 일으키며 계속 일어난다
나는 등피를 닦아 마루에 걸고 유리창을 내다본다
아직도 눈은 멈추지 않고 내리고 있다
천태산 아래로 검은 새들이 기어들고
하반신을 어둠에 가린 사람이 샛길로 접어들고
시간의 그림자 같은 것이 언덕과 둑길을 지나
파동을 일으키며 간다 이제 함석집은 보이지 않는다
눈 위로 함석집의 파동이 일어나지만 우리는 주목하지 못한다
파동은 모습을 드러내는 일 없이 아침에서 저녁까지
빈 하늘을 회오리처럼 울린다


- 현대문학 2000년 1월호

==>오래 전 혜화동에서 대학을 다닐 때 그를 만났다.그 동네 대학을 다니던 형이 동석했고, 나는 그 이웃에 있는 대학에 갓 들어간 신입생이었다,  
시를 쓰고 싶노라던 내게 그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이렇게 물었던가, "자네 지금 그 마시고 있는 소주 병이 다 비면 밑두껑으로 하늘을 한 번 바라보게. 그리고 그 하늘빛이 온통 붉기만 하다고 느꼈다면 그 때 다시 시에 대해 생각해 보게."    
  지금도 그렇고 그 때도 나는 그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내지 못 했다.그러면서도 그와의 짧은 인연을 핑게로 설레발을 쳐댈라치면, 그가 가깝게 지냈었노라 자부하는 외설이를 포함한 남산 시절 예전 문창과 제자들과 그의 주례로 결혼식을 했다는 까*이란 화상들은 그들의 스승으로 얘깃거리로 삼는 나를 영 마뜩찮게 쳐다보고는 했었던 것이었다.
  내가 그의 시를 읽고 그를 좋아하고 친애하는 건 병두껑으로 세상을 붉게 보지 못한 것과 아무 상관없는 데도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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