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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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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의 자세 박찬호/황동섭
오랜 문우로부터 내 졸시를 읽은 감상글을 받았다. 가을 엽서라고 해도 될까, 시를 훈감하게 읽어주어서  고맙고 글에 담긴 마음이 따스해서 같이 읽고 싶어 민망함을 애써 모른척하고 올려본다.

나무의 자세/박찬호


나무들도 깊이에 대해 생각하는 중이다

너무 이르거나 늦게 하루를 엿본 새들이
전선을 스쳐갈 때마다 툭, 툭 색깔을 떨어트렸다.

무심코 계절을 읽던 오전의 바람도
나뭇잎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삐딱하게 내리꽂힌다

이른 아침이면 언제나 제 몸을 밝히던 것은
아팠거나 불편했던 기억들,

멀리 선 감나무 몇 그루
적막한 풍경을 접으며
뿌리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다

시집 <나는 네가 그리울 때만 환했다> 문학의전당. 2019

***

"나무들도 깊이에 대해 생각하는 중이다"
'나루네 논술 교실'을 운영하며 지내는 시인은 난세를 살아가는 한 문학인으로서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흐린 저녁은 늘 적막하다."라고 서두에서 밝혔다.

하늘에 뻗친 가지와 땅속의 뿌리는 대칭한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하여 나뭇가지의 모습을 보며 하늘에서 땅 끝까지 아름다운 갈래의 속내를 유추할 수 있다. 죽어서도 숲의 영혼을 간직한 나무는 인간에게 이로운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반려자와 같은 종족이다. 나무가 존재하지 못할 때 인간 역시 같은 운명이 될 것이다.

시인은 고독한 추위를 견디며 생피 흘리듯 우리가 못 다한 말을 대신하여 공명체 역할을 하는 듯싶다. 가지 꺾인 틈새로 스며든 빗물 무늬가, 곰팡이 균을 먹은 나무가 풍성한 울림으로 살아난다고 하여 값을 더 쳐 준다는 속설도 있다. 시인은 나무가 아니다. 나무가 될 수 없으나 그 심성만큼은 나무의 자세가 틀림없다.

거반 은행잎을 다 떨군 가로수를 보며 환상통 같은 연민을 갖게 하는 토요일 오후, 화창한 날씨와 냉냉한 기온의 체감은 사뭇 다르듯 몸에 대한 예의를 갖춰야 할 때라고 안부 겸 따스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황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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