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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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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거운 편지/황동규
즐거운 편지/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 황동규 시인은 소설가 황순원의 아들이다. 나는 중고등 시절 학원 잡지에 실렸던 그와 그의 글들을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곤 했었다.    
  정제되고 간절한 시어들로 표현된 시에서 화자의 짝사랑에 대한 애틋한 정서가 담겨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화자는 사소한 일상이 반복되듯짝사랑의 대상인  '그대'를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한다. 그대가 화자의 사랑을 기다림으로 바꾸었기 때문에 사랑의 언어 대신 '사소함' 이란 보편어로 표현된 반어적 표현이 이 시의 강력한 특징이다.
  화자는 기다림의 모습을 한 자신의 사랑을 안타까워하며, 그 사랑이 더 이상 짝사랑이 아니라 응답받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즐거운 편지'에서 '즐거운'은 누군가를 애처롭게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모습이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괴로움으로 보여도 나에게는 행복이고 즐거움이란 뜻을 나타내고 있고, '편지'는 자신의 영원한 사랑에 대한 고백의 매개이다. 부치지 못할 편지이므로 사실상 마음 속에 쓰는 낙서나 진배없을 터이다.​
  시어 사소함'은 아무렇지 않다는  사소함이 아닌 그대를 생각하는 마음이, 바람이 부는 것처럼 일상적이어서 내 일상에서 그대를 생각하는 마음이 벗어난 적이 없다는 뜻으로 오히려 그 사소함은 그대에 대한 사랑이 너무 나도 간절하고 지극하여 '그대'가 내 생각을 지배하고 있다는 뜻이다.
  나는 이 시를 명동에 있던 르네상스 음악감상실에서 모자르트를 들으며 수십 번을 되뇌곤 했었다. 그 때 내가 한참 빠져 있던 같은 과 선배 여학생을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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