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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ap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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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루님의 <단풍>에 대한 짧은 생각
단풍

저들도 한 번쯤
폼 나게 살고 싶었던 거다
아침마다 정직한 투지로 낙하하는
붉은 무게들,
문득 현기증에 옷깃 여미고
경건한 行色행색을 감춘 채
더러 색깔을,
더러 잎들을 떨구는 오후쯤
흐릴수록 빛나는
살림도 있었다
믿는다


언뜻 단풍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3,4행인데 /붉은 무게들/로 표현된 걸 봐서는 단풍을 말하는 것 같기는 한데 왜 아침마다인지는 잘 모르겠다. 단풍은 어느 때고 떨어지기 때문이다. 뒷부분에 나오는 잎도 단풍일 터인데 그 시간적 배경은 또 오후다.
아니, 다시 보면 /문득 현기증에 옷깃 여미고/ 경건한 행색을 감춘 채/ 라고 쓰인 걸로 봐서는 단풍에 사람의 이미지를 덧씌웠거나, 아침에 출근하고 오후에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의 시각을 이미지화 한 것 같기도 하다. 단풍의 낙하와 사람의 삶을 버무려서 쓴 흔적은 마지막 삼 행 때문에 더 짙어진다.
그런데 왜 아침의 잎은 붉은 무게이고 오후의 잎은 그냥 잎일까.<시인은 붉음이 주는 이미지를 무게라는 상징적 의미로 대체했을 수 있다> 더구나 오후의 잎은 색깔을 떨구기도 하고 그냥 잎을 떨구기도 한다. 떨구다, 라는 같은 표현이지만 색깔을 떨구는 건 탈색의 의미가 있다.
마지막 3행을 보면 그 탈색은 /흐릴수록 빛나는 살림도 있었다/는 시인의 믿음으로 연결된다. 비록 시간이 가면서 색을 떨구고 흐려지지만 그 흐림은 결코 불행이나 덧없는 것이 아니라 흐릴수록 또 은은히 빛나서 나름의 一家를 이룬다. 우리는 단풍처럼 폼나게 살고 싶고 더러는 그렇게 살다가 나이를 먹는다. 문득 화려했던 젊음은 사라지고 늙어간다. 늙어서 비어갈수록 빛나는 내면을 가지게도 된다. 시인의 믿음 역시 세월 속으로 사라져갈 테지만, 흐릴수록 빛났던 날들은 어린잎의 푸름으로 다시 이어질 것이다. 물론 그 잎도 언젠가 붉음을 갖겠지만,    



나루
요즘 창작시를 읽고 게시판이 라삔이 자네와 장새벽으로 인해 풍요로워진 느낌이 드는구만.
이 시는 자네가 독해한 게 맞는 듯해. 어쩌면 단풍은 하루종일 색을 잉태하고 또 색을 떨구지만 그것에 서사를 입혀서 해석하는 건 오로지 시인의 몫이니까..일상이라는 남루와 그를 바라보는 시인의 인식, 뭐 이쯤이면 되지 않을까 싶어..
아무튼 앙상하게 거리로 내보낸 자식인데 따뜻한 독해의 옷을 입혀줘서 고마우이..
봄꽃 흐드러질 때는 춘천 청평사 들어가는 뱃전의 풍경이 끝내주는데 기껏 집 앞 비구니 절의 춘경이라니 말야!
 2016/03/29    

parapin
짧은 시인데도 시평을 하기엔 무지 어렵게 다가왔습니다. 아마 5678행이 행구분은 있지만 한문장이나 마찬가진데 그 주체가 사람인지 단풍나무인지 판단하기 어려워서 였을 겁니다. 평도 자꾸 하다보면 늘기도 하겠죠. 시평은 늘 조심스럽기도 한데 좋게 생각해주셔서 고맙습니다.  2016/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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