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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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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blog.naver.com/bigcoda
Subject  
   새노님의 <돌>에 대하여




하나 둘 돌을 들고 모여들었다  내 두 손에도 작지만 뾰족한 돌을 들고 다가갔다 키가 작아 웅성웅성 몰려든 사람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기란 쉽지 않았지만 흐느끼는 女人의 울음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며 움켜쥔 돌을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어디선가 미풍이 불어 여인의 긴 머리카락 사이로 가려진 얼굴이 흔들렸다 까무스름한 빛깔에 창백하거나 야위거나 혹 야무져 보이거나 어디 사내의 품이라면 덥석 뛰어들 얼굴도 아니었다 다만 나의 어리숙한 소견으로 가늠해보는 것일 뿐  女人의 내면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전혀 없다

내가 사는 이 섬 동네는 원룸이 가득 들어차있는데 대부분 조선소에 다닌다 새벽이면 야광 띠가 둘린 때 묻은 작업복을 입은 남자들이 삼삼오오 골목마다 담배를 물고 나온다 무슨 관광버스가 새벽부터 몰려다니는가  했는데 모두 통근버스였다 밤이면 삼삼오오 삼겹살집으로 혹 전통 태국 마사지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다 이곳에는 바다가 육지가 되어버린 동네가 있는데(딱 한번 그곳에 가본 적이 있다) 그곳에는 여자가 된 남자만 출입하는 곳이 있다

자상하신 하느님이 돌을 들라고 하신 적이 있었다 이를테면 부모의 말을 거역하는 아들에게라든지 소위 근친상간이나 간음이나 짐승과 交接하는 자나 하느님 당신을 모독하는 자에게 돌을 들어 쳐 죽이라는 명령이 내려진 때가 있었다 사람들은 날마다 돌을 쌓아 두기에 바빴고 돌무덤이 된 사람들 위로 까마귀가 떼가 날아들었다

오늘은 정반대의 명령이 내려졌다  아니 생각하지도 못한 명령이 내려졌다 罪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니 움켜잡은 손에 힘이 쫙 풀리는 느낌이다 금방이라도 돌을 던질 듯이 모여든 사람들은 하나씩 하나씩  그곳을 나가고 女人과 나만 남았다 어디선가 불어오던 미풍마저 그치고 현장에서 잡혀온 간음한 女人의 눈동자 속에 한줄기 미풍이 일어 나에게 묻는다

당신은 罪가 없나요?
당신은 사랑이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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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김춘수는 사물시와 관념시를 나누고 관념시에 대해 ‘의지의 시’라고 말한 바 있었다. 세계를 하나의 관념으로 묶고 그 관념을 독자에게 강요하는 시, 그래서 독자를 구속하는 시가 바로 관념시라는 것이다. 다시 김춘수의 말에 따르면, 관념이 윤리적이며 정의적 판단에 기초해 당위를 주장할수록 독자는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시인이 제시한 윤리적 판단이 독자의 도덕적 의식에 강박을 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념시는 시인의 의지 속으로 독자의 의식을 감금한다. 관념시에서 사물은 관념의 등가물이 되며, 이미지는 메타포가 된다. 결국 사물과 수사(修辭)와 이미지는 그 자체로서 존재 의의를 잃고 수단으로 전락한다. 이는 사물과 수사, 이미지가 시인이 설정한 이면(裏面)의 목적을 위해 복무해야 함을 의미한다. 심한 경우, 시는 우화가 되고 마침내 교설(敎說)이 된다. <겨울밤>과 같은 시를 읽고 난 후 <돌>을 읽으면 아쉬움이 커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시적 긴장을 요구하는 진술도, 딱히 건져올릴 만한 메타포도 없어 더욱 그렇다. <겨울밤>은 얼마나 매끈하고 청징하며 날카로운가.
  



새노
새벽님.. 고맙습니다. 아.... 정자나무 그늘아래서 새벽까지 시토론하던 때가 그립습니다. 새벽님도 정자나무아래 계셨던강...^^  2016/03/10    

나루
갸도 그 때 있었지비., 정자나무 거기서 혼자 잘 났다고 까불다가 번0개가 컴에 내려쳐서 갑자기 한 두어 달 사라졋었지  2016/03/10    

새벽
에휴, 새노님 미안합니다. 돼먹지 못하게 쓰잘데기없이 주절거려서!! 정자나무 아래에서 자주 놀았더랬죠. 번개에 모뎀 날아간 게 두 번이었네요. 그중 한 번은 보드까지 나갔었고요. 근데, 참 먼 과거 얘깁니다.  2016/03/16    

새노
한번쯤 다시 모뎌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이렇게 다들 바쁘시니 애써 시간을 내기가 쉽지는 않겠습니다..흑백 모니터 시절이 참 멀긴 먼 과거네요..  2016/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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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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