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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초하 
Subject  
   초록님의 <담양가는 길>을 읽고


여름이 아름다웠다
길은 멀었고
햇살은 강렬하였으므로
초록이 이파리가 되어 반짝거렸다

끝도 없이 뻗은 외길
길가 밭에는
지난 여름 화려했던 옥수수 대만 썩어가고
길가에서 포도를 팔던 할머니는
계절을 마감하고
집으로 돌아가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이 길을 밟고 떠나간 사람들의 마음이 덮여
고요가 내려온다
그들의 마음이 붉다
그들의 영혼이 노랗다

바람도 소리 없이 지나가는
가사문학면
적막한 도로 위를
가을이 걸어간다


< 담양가는 길 > - 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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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春이 너무 짙어 눈이 부시다. 그 눈부신 여름은 초록이 되고 그 초록은 나뭇잎이 된다. 보라, 인생의 청춘이 나뭇잎이 되는 그 과정이 여기 길 위에 있다. 삶이 뜨거울 때 나는 살아있었고 또 살아있었다. 그 뜨거운 입김을 따라 그 길을 따라 나는 하염없이 걸었다. 무지의 언덕을 너머 지식과 사랑, 그 들뜬 희열로 만났던 사람들, 문득 고개를 들어보면 아무도 없다. 어제는 따뜻한 볕과 코끝을 간지럽히는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삶의 조그만 희열을 느꼈고, 오늘은 느닷없는 죽음의 공포에 휩싸여 꼼짝도 못한 채 그 공포가 가실 때까지 길 가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그리고 나는 저기 멀리 삶의 솔기가 우두둑 튿어지는 소리는 내며 묵묵히 걸어가는 초록님을 본다, 그리고 여기, 코끼리가 코끼리가 되고 나무가 나무가 되는 일들 너머 나는, 가을처럼 늙어간다.  


coolpoem/초하




초록
제 시보다 초하님의 댓글이 더 좋은 시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11/30    

초하
아호를 시에 녹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마지막 연은 가사문학면, 지명만큼 아름다운 문장입니다.
 2021/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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