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80   4   1
  View Articles

Name  
   초하 
Homepage  
   http://coolpoem@tistory.com
Subject  
   나루님의 <엽서를 읽다>를 읽고
아침에 도착한 엽서는 빗물에 번져
발신자를 읽으면 푸른색이 떨어졌다
축축한  공기들이 가득한 골목에 서서  
이따금 훔쳐보던 기억들이
오래 된 정적을 담아 보낸 엽서를 읽는다
얼마나  더 흐린 시절을 돌아와야  
젖은 추억을 발송한 너를
잊을 수 있을까,
모과가 열린 나무 근처,
물빛으로 번진 전등이 흉터처럼 켜졌다.

                        나루, <엽서를 읽다>



   엽서, 나뭇잎글, 왠지 오래전 호랑이가 담배를 피던 시절 쯤 연락을 위해 나뭇잎에다 글을 혹은 기호를 써서 의사를 전달하던데서 유래되었으리라는 낭만적인 짐작을 하게끔 하지만, 사실 많은 우정(우편)용어들이 일본에서 들어왔듯 엽서(葉書)라는 말은 일본의 우정창시자 마에지마 히소카(前島密)가 ‘우편’(郵便) ‘절수’(切手•우표)와 함께 ‘엽서’라는 문자를 채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중국에선 엽서를 명신편(明信片)이라 부른다. 엽서의 어원이 중국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많은 일본식 한자어처럼 엽서라는 말도 중국에서 쓰이지 않는 순수 일본어이다.

   엽서가 가지는 기호적 의미는 여행, 즐거움, 행복 등 밝은 이미지의 의미들이 대부분이다. 여행지에서 엽서를 골라가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혹은 가족에게 짧은 안부를 보내는 낭만을 떠올리기는 것이 대부분이다. 화자는 아침에 도착한 엽서를 받아든다. 비가 오는 아침, 엽서는 젖어있고 발신자의 이름은 푸른 색으로 번지고 만다. 추억은 젖어있다, 오랜 기억이 가져다 주는 시간의 거리는 그 기억을 마르게 할 수도 있으련만, ‘너’와의 추억은 아직도 내 마음에 상처로 남아있을 뿐이다. 오래된 사랑은 가슴 한 켠에 남아 아직도 가끔씩 그리고 불현듯 내 가슴을 아리게 한다. 그것은 슬픔도 회한도 아닌 날 것 그대로의 연민이다. 너를 잊지 못하는 내 기억에게 내 가슴에게 그리고 나에게 던져주는 그리움이다.

   요즘 나루님은 ‘지금은 먼 곳에 젖은 종소리가 더 푸르렀다’, ‘둥글게 퍼지던 등불의 환한 목소리’ 같은 공감각적인 느낌의 문장들을 많이 쓰고 계신데, 이 시는 수채화 느낌의 색채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마치 내가 글을 읽고 있는 동안 글이 계속해서 번지는 느낌을 가지게 한다. 문제는 그런 의미들을 만들고 있는 수사들의 식상함이다.  빗물-푸른색-축축한 공기-흐린 시절-젖은 추억-물빛으로 번진 전등,으로 이어지는 의미망들이 ‘흉터처럼 켜진다’라는 문장으로 변이되는 급작스런 전환은 이 시가 거느리고 있는 진부한 수사들을 ‘어머님이 프라이팬으로 부침개를 뒤집으실 때 나는’ 그런 경쾌한 소리를 느끼게 만들어 전체적인 느낌을 새롭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비와 그리움, 사랑, 눈물이 가지는 이야기들을 좀 더 다른 의미로 새롭게 하는 나루님이 요즘 경배하시는 공감각을 색다르게 엮어내면 좀 더 새로운 의미들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coolpoem초하


나루
오랜민이다, 초하야. 그런데 '엽서'는 지경부가 제정한 '우편엽서'의 줄임말아라고 한다두만. 말미에 의미망 얘기는 참고할게.
글 고맙다.
 2012/12/21    

초하
엽서가 그림엽서와 우편엽서로 나뉜다고 하던데요. 암튼 몽땅 일본에서 온 말이라는 예기여요...많은 것이 그렇듯.  2012/12/27    
Prev
   장다리님의 <무더위>를 읽고 [3]

초하
Next
   가을나무 한 그루를 읽고 [1]

parapin


Copyright 1999-2020 Zeroboard / skin by Zety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