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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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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운님의 <용유도 조개구이집>을 읽고

용유도 조개구이집


용유도 조개구이집
조개구이 판에 모둠 조개들이 올라 있다
새알만 한 자갈들의 입에서 불길이 솟아오른다
이놈들 어서 입 열어라
네 지은 죄 네가 알렷다
조개들은 좀체 입을 열지 않는다
몸 뜨거워져 입을 벌리는 조개
작은 놈부터 입을 열기 시작한다
저는 시골 잡것이온데 돌쇠놈의 땅을 조금 빼앗았소이다
이 덩치 큰 놈들 어서 입 열지 못해?
저는요 읍내에 사는 고리대금업자이온데
미끼에 잔뜩 밀려온 수십 명의 재산을 가로챘습니다요
큰 조개는 입을 꾹 다물고 대답이 없다
저 검은 키를 뒤집어쓰고 숨죽이고 있는 놈을
더 센 불로 오래 고문하라
지글지글 살 타는 냄새가 난다
온몸이 굳어져 오자 그제사 입을 연다
어이구 살려주십쇼 하지만 지는 잘못이 없습니다요
너에게 허물과 부정이 없다면
어찌 이 고문대에 올라 있겠느냐
저는요 시골 노인들 싸구려 틀니 해준 죄밖에 없는뎁쇼

바다는 그들을 은닉시킨 죄가 드러날까 두려워
저만치 뒤로 물러나 시치미를 뚝 떼고 있다
찰싹찰싹 곤장을 칠 때마다 살 비린내가 물씬 난다

<용유도 조개구이집> 전문 / 시집 <붉은 꽃에 대한 명상>(문학의전당 刊) 중에서

.............................

파도치는 바닷가 조개구이집에서 앉아 한 잔 하면서 음미했다면 한 폭의 그림 속에서 주인공으로 행세했을텐데...즐겁고, 고소하고, 재미있고, 손 많이 가서 먹은 것은 많은 것 같은데 배부르지 않았던 기억. 해물칼국수 정도 먹어줘야 빵빵했던 아랫배 등등.
퍼뜩, 조지오웰의 <동물농장>, 안국선의 <금수회의록>이 떠올랐고 21행의 대구로 "안방마님에게 짜가목걸이 팔아먹은 죄밖에 없는뎁쇼" 어떨깝쇼?



자운
장다리님, 바쁜 시간 쪼개서 글 올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13/12/18    

시인
자운님 시를 통해 보면 죄짓지 않은 놈이 없겠습니다
나도 찬 물에 손 안 담그게 하겠다고 고생 안 시킨다고
했는데 세월이 흘러 보니 아내는 나의 시종이 되어 있고
난 지키지 못할 사기극을 벌린 것이었고...
바다 한자락을 깔고 앉아 조개구이를 드시면서도
시상으로 생각하시는 시에 대한 열정이 입벌려
나 먹어 보라 하는 끓는 조개 보다 더 뜨거운 듯 싶네요
 2013/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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