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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parapin 
Subject  
   뼈를 읽고
        



오늘은 고등어를 꼭꼭 씹어
천천히 아주 느리게 밥을 먹는다
오늘은 만나는 사람마다
자기 뼈와 해골만을 얘기했다
난 뼈도 없는 하루였다
뼈도 없이 흐물대는 몸으로
기어 오듯 집에 돌아오니
불쑥 군 고등어를 내민다
오늘은 집에선 다행이다
고등어도 뼈가 있는데 뭐

그러나 눈치도 없이
어느 날엔 뼈가 다시 생긴다
그러면 난 화 대신
불쌍한 뼈를 안고 운다
홀로 있을 때만 운다

내 뼈가 있는지 없는지 나도 모른다
그러나 뼈가 있었던 것 같다
쇳소리가 날만큼 강했던 뼈는
어느 날부터 삭아 가고 있었다
아무리 뼈를 잡고 애원해도 소용 없었다
툭하면 부러지려는 뼈의 통증이 심장 까지 울린다
밤새도록 심장의 고동은 뼈의 고통이다

누가 먹은 소뼈인지
기름기 차돌처럼 빛나며 뒹굴어 다닐 때
그 때서야 내 뼈도 있었음을 기억하고
사람 뼈도 저렇게 지상에서 오랫동안 굴러다닐 수 있을까
가죽 깊숙이 숨은 내 뼈를 쓰다듬어 본다
그러면 뼈는 겨우 들릴락말락한 소리로
가슴께서 서늘히 반응을 한다
우는 소리로


뼈 없이 사는 게 가능할까? 있어도 없는 척 숨기고 사는 건? 두 가지 다 자신이 없다. 한데 시인은 뼈 없는 오늘을 살아냈다고 이야기한다. 그가 만나는 사람은 ‘자기 뼈와 해골만을 얘기’한다. 시인은 발려진 고등어 뼈에서도 위안을 얻는다. 어떤 날은 없다고 생각했던 뼈가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 뼈는 시인에게 있는 듯 없는 듯한 뼈, 불쌍한 뼈이다. 화자는 뼈 없이 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고 그가 가슴 깊이 감춰둔 뼈는 존재의 다른 이름이다. 오래 전 강했던 뼈는 이제 ‘툭하면 부러질려고’ 하는 나약한 뼈가 되었다. 남들처럼 뼈를 얘기하고 보여주어야만 튼튼해질 텐데 말이다. 추운 시절이다. 겨울이 춥고 사회는 더 춥다. 시를 읽으면서 가슴에 손을 대고 뼈를 느껴본다. 만져지는 것이 뼈인지 몸속의 부품인지 잘 모르겠다. 몸은 죽고 시는 남는다. 뼈를 이야기하는 순간 이 시는 하나의 뼈로 남아 ‘들릴락 말락’ 한 시인의 뼈와는 다른 반응을 한다. 우는 소리가 아닌 울림의 뼈가 될 날이 시인에게 오리라 믿는다.  


이춘영
뼈아픈 시대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인듯 합니다 .  2015/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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