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80   4   1
  View Articles

Name  
   교외선 
Subject  
   베네치아
뭐랄까
처음에 그건
도시를 끼고 반짝이는 물결과
빨강 노랑 꽃들 가득한 창가
나부끼는 지중해성 커튼 사이의 풍만한 여인
여기랑은 좀 다른 푸른 색의 하늘이라든가
유유히 흐르는 곤돌라 같은
그런 두근거림이었을 것이다

우리 베니치아에서 만나요
라고 약속할 때
베네치아, 그 이국적 울림이 주는
설레이는 기분은

이제는 흔한 베네치아
스파게티 집이나 커피집이기도 하고
아이스크림 가게와 심지어 옷가게에도 있다
베네치아 같은 거

창천동 낡은 맥주집
몇 년을 두고 걸려있던
달력 그림 속 연인들처럼
사랑도 그렇게 빛이 바래고

누구랑, 이 시에 대해 잠깐 얘기했는데... 이제 비교적 보리님의 호흡이 시의 그것을 편하게 받아들이는, 편한 숨으로 시를 말하게 되는, 그런 시점이 된 것 아닌가, 하는 공통된 생각이었다.
혹, 보리님께 누가 될까 염려하면서도 하는 말은, 늘 느끼는 건데 나 본인의 시와  보리님의 시가 많이 닮아있다는 느낌이란거다. 제목도, 내용도, 자주 쓰는 단어들도 모두 틀리는데 불구하고 그런 느낌이 드는 건, 이제 '베네치아'에 와서 더 많이 그런 느낌이 드는 건, 결국 호흡, 숨쉬기의 문제라는 거, 시의 운율에 관한 것인데.
자칫 자화자찬이 될까 겁이 나는데, 그건 아니고, 숨의 문제는 다분히 개인적인 선호와 버릇의 문제가 아닌가, 라고 둘러댄다. 덧붙이자면, 중요한 건 운율보다 앞서 깊이있는 사유와 감각적인 표현 등이 뒤따라야할텐데, 내 시는 늘 그 문 턱에서 나자빠지고 만다. 보리님이 거기에 젊은 상징과 의식을 보탠다면 더할나위 없이 멋진 시를 생산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말의 묘미를 즐기다보면, 말 밖에 남는 게 없어, 결국 문 턱에서 목이 탁 막히는 일만 남으리니, 말들의 숨과 말들의 몸짓과 말들의 노니는 자리에, 그것만 말고 아름다운 일만 말고, 세계를 대신하는 수많은 이름들이 함께 하기를 바라는 마음.
나는 그 시를 읽고 기뻐 춤을 추리니, 그대...

Prev
   '베네치아'를 읽고

까멜
Next
   지문 2005, 를 읽고 [1]

정경미


Copyright 1999-2021 Zeroboard / skin by Zety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