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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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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10월의 연작시 주제 '낙타'

‘현실’과 ‘초현실’은 인간이 인간 스스로를 지키는 개념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이건 초현실인데, 하고 말하는 시간들이 있지요. 믿기 어렵다, 놀랍다가 포함된 이 표현에는 현실에 들어와서는 안 되는, 얼른 현실에서 제거되어야 하는 장면이라는 내포가 있는 것이지요. 즉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세우는 심리적 방어벽 같은 것이지요.

타는 것은 꿈꿔본 적도 없는 낙타 위에서 장총까지 흔들고 있어요. 돋보기로 살펴보아도 분명 내가 맞으니 부정할 수가 없지요. 이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단 한 가지는 사진에서 눈을 떼지 않는 것. 그리고 피하지 않고 계속 사진을 들여다볼 때 알게 되는 것이 있었지요. 성스러운 전쟁이라는 명명은 내 눈 속의 광포함으로 가능해진다는 것을요. 죽음에 대한 공포도 없는 초현실적인 상황은 현실의 신념에서 비롯된다는 것을요. 현실의 신념은 그렇게 무섭기도 하고 하나뿐인 나를 잊을 정도로 완강한 것이기도 하지요.


제임스 테이트(1943~2015)는 현실과 초현실을 오가는 구조로 시를 썼다고 해요. 호기심을 갖게 하고 서사를 따라가는 묘미가 있어요. 위트와 아이러니를 장착하고 있어 곱씹어 읽게 하고 이면으로 들어가 보게 하지요. 이 시도 예외가 아니지요. “나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이 사진을 감춰야 한다. 그들은 진짜 내가 누구인지 알면 안 된다. 나도 알면 안 된다.” 마지막 부분을 여러 번 읽으면 위트였다가 부정이었다가 공포였다가 사실이었다가 내 눈 속의 광포함과의 마주섬이지요.

현실의 이면을 낱낱이 보는 사회가, 자기 눈 속의 괴물을 보는 인간이 사막에 들어가게 되고 성스러운 싸움도 마다하지 않게 되지요. “나도 알면 안 된다”를 아는 ‘존재’가 존재해요. 나도 알면 안 되는 모든 것을 낙타는 알고 있어요!

이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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