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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새노 
Subject  
   보름달 이야기
보름달 이야기

나는 식물성 혹 식물이라는 것을 말해두련다.
눈이 내리지 않는 섬에서
눈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이유에 대해
보름 달빛 때문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없을 테지만
보름 달빛이 내린 밤바다 위에서 달빛을 낚아본 사람은
사랑하는 것이 꼭 그대가 아니라도 즐거운 일이다
보름에 태어나 보름이 즐거운 그대에게
나의 보름달 이야기를 들려주련다
처음 보름 달빛을 목격한 밤은 고즈넉한 마당에
쨍하고 깨어지던 달빛에 비친 엄마의 얼굴이었지요
엄마를 찾으러 나가다가 만난 돌담 너머 하얀 배꽃 위에 눈부신 달빛이었지요
보름이었지요
그때부터 식물이 되기로 하였는지
아니면 식물성이 되기로 하였는지 가뭇가뭇 기억이 나질 않아요
마지막 달빛의 기억이 있었던 밤
바닥이 시린 콘크리트 다리 위에서  멍석을 둘둘 말아 누웠던 밤
멍석에 얄팍하게 말리던 보름 달빛의 온기
보름이었지요
하여 달이 뜨면 핀다는 달맞이꽃을 무작정 좋아했었지요
이 보름달 이야기를 그대에게 들려주는 이유는
어느 곳에 누워도 밤바다에 깔고 누운 달빛 같고
어느 곳에 서 있어도 하늘거리는 달빛 속에 서 있는 것 같고
하여 오래전부터 한 올 한 올 달빛에서 한가닥씩 빛을 빼내는 이유는
나 죽으면 달빛으로 된 관 속에 누우려고요
내가 식물성 혹 식물이라는 것을 말해두는 이유는
밤 하늘을 바라보는 그대 눈 속에 하늘거리는 달맞이꽃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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