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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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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blog.naver.com/zampano1
Subject  
   8~9월의 연작시 제목 '마스크'
**아이들을 가르치는 글방에는 제가 쓰는 마스크가 4개나 걸려 있거나 놓여있거나 포개져 있거나 저마다의 자세로 제 호출을 대기하고 있습니다.
  코비드 19로 인한  익명의 시절, 아니 假面(가면)의 시절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에게 마스크로 다가오는 세월은 어떤 상징인지요?


마스크
        -서안나


얼굴은 실행하는 것이다
나의 세상은 눈동자만 남았지  

턱을 지우고 코와 입술과 뺨을 지우면
마스크

내가 확장돼
마스크를 쓰면
세상의 상처가 다 보여

마스크는 나의 의지
모두 아픈데 모두 웃었어
의사가 말했지
실패가 가장 완벽한 치료법이라고

실패한 웃음을
마스크 속에 숨겨둘게
외부를 번역하면 바이러스 맛이 나

마스크 속에
내가 되고 싶은 내가 있어
미소가 부딪쳐
당신이 버린 얼굴이 부딪쳐

마스크는
나에게 집중하는
표정의 기술

나는 표정이 많아
나는 출구가 많아

    ─ 「마스크」 전문

==>우리가 마스크를 쓰는 까닭은 그것만큼 얼굴을 잘 이해하고 조절하는 얼굴-기계가 없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쓰면/ 세상의 상처가 다 보”일 정도로 그 힘은 투명하고 단호하다. 마스크를 쓰면 아픔도 고통도 상처와 통증도 멀리 날려버리고 ‘웃음’을 이끌어낼 수 있다. 물론 그 웃음은 본래의 얼굴이 아닌 마스크의, 유사-얼굴이 유발하는 것이지만, 어쨌든 이 마법 같은 ‘마스크’의 광휘는 결코 실패하는 법이 없다.

그런데 시의 ‘분열’은 바로 여기서 시작한다. 주치의는 그에게 “실패가 가장 완벽한 치료법”이라고 말하는데, 그것은 그의 통일성을 뿌리 채 흔들 수 있는 진실-담론인 바, ‘그’는 의사의 등장으로 인해 ‘분열자’로 재배치된다. 마스크라는 유사-얼굴은 반드시 자신을 연기하는 ‘무대’(혹은 ‘얼굴’)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마스크가 지워지면 다른 마스크를 집어 들면 그만이지만, 무대는 마스크라는 존재의 펼쳐짐을 가능하도록 만드는 선결 조건이다. 마스크는 얼굴에 포용되고, 얼굴은 또한 무대에 감싸인다. 하지만 관객과 마주하는 것은 다름 아닌 ‘마스크’일 뿐이다. 이것이 그가 ‘실패한 웃음’을 마스크 속에 숨겨 두어야 하는 까닭이다.

한편, 얼굴에 남은 유일한 기관인 눈동자는 ‘마스크’와 ‘얼굴’을 관통하며 주체로서의 통일성을 유지시켜주는 유일한 끈이다. 하지만 동일한 이유로 마스크와 얼굴의 자리바꿈을 가능하게 만든다. 때문에 “마스크 속에/ 내가 되고 싶은 내가 있”다는 문장은 착란이다. 그가 마스크를 쓰면 쓸수록 내 얼굴과 당신이 버린 얼굴을 분별할 수 없다. 이미 마스크는 유사-얼굴에서 본래적 얼굴로 완전히 변이된 후다./박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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