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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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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8월의 연작시 주제 '장마'
장마  / 천상병


7월장마 비오는 세상
다 함께 기 죽은 표정들
아예 새도 날지 않는다.

이런날 회상(回想)은 안성맞춤
옛친구 얼굴 아슴프레 하고
지금에사 그들 뭘 하고 있는가?

뜰에 핀 장미는 빨갛고

지붕밑 제비집은 새끼 세 마리
치어다 보며 이것저것 아프게 느낀다.

빗발과 빗발새에 보얗게 아롱지는

젊디 젊은 날의 눈물이요 사랑

이 초로(初老)의 심사(心思) 안타까워라-
오늘 못다하면 내일이라고
그런 되풀이, 눈앞 60고개
어이할거나
이 초로의 불타는 회한(悔恨)-

장마 때 참새 되기 / 황 동 규
                                            

하류(下流) 끊긴 강이 다시 범람한다
세 번 네 번 범람한다
외우지 않기로 한다
―물이 지우는 몇 개의 섬

신문을 읽지 말고
혹은 읽으면서 잊어버리고
몇 번 재주 넘어
―천천히 참새가 된 나와 아내

비가 내린다
물이 거듭 쳐들어 온다
새는 지붕 간신히 막아놓고
아들아, 아빠가 춤을 춘다

창 틈으로 날아들었다가
머리를 바람벽에 부딪치고
눈 앞이 캄캄해져서
참새가 참새가 춤을 춘다.

장마 /이시하



장마철이면 시골집 뒷간들이 들썩인다

쌓아 놓았던 곰삭은 속들을 퍼내 개울물에 쏟아버린다

하루걸러 똥 퍼 대는 냄새로 마을은 욱, 욱, 욕지기를 하고

아이들은 코를 싸잡은 채 구경삼아 몰려 다닌다

더러워, 더러워, 똥지게 뒤를 졸망졸망 따르다보면

하늘은 기어이 어두워지곤 했다



속을 비워낸 뒷간은 휑하니 깊다

어린 녀석들은 얼마간 누이 손을 잡고서야 힘을 쓸 것이다

새로 오린 신문지가 걸리고 뜯는 달력이 걸리면 즐겁다

어디선가 낯익은 냄새가 퍼진다



뉘집서 오늘 똥 푸나보다

부침개를 뒤집으며 어머니, 개울물 많이 불었으니 나가지 말라신다.





장마  / 이동훈






프로테스탄트의 혁명이 시퍼렇게 싹을 틔울 때였지
갓 생리를 시작할 무렵의 13세 어린 소녀
횃불을 들고 탄광의 입구를 밝혔어
광부들이 갱도를 나오는 몇 십 분의 캄캄한 밤을 밝히기 위해서 말이야
빵 한 조각, 단지 배가 고파서 빵 한 조각을 위해서 말이지
오므린 연한 사타구니를  타고 내리는 선혈을 지켜보던 책임자는
짐승만도 못한 욕정에 소녀를 범하였지
지켜본 목격자들 모두 혀를 차면서도
생계를 위하여 잘릴까봐 못 본 척 하였던 게야
씨팔 친구의 딸이 겁탈을 당해도 말이지
탐욕의 제물로 받쳐진 사생아는 물의 혁명을 기억하지
고인 물을 엎지 못하면 위에서 물을 부어 제끼는 수밖에 없거든
죽음을 담보로 한 종교개혁자들이 필두로 나선거야
그리하여,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전된 앙금은 여전히 탁함을 자랑하지
썩어 빠진 농도의 차이뿐
튀어 오른 매연이 죽기 살기로 양복 바지춤에 앙금을 남기듯
시커멓게 속내를 감추고
가만가만 폐부를 압박하고 잠식하는 것처럼 말이지
그런데 목격자인 하늘이 가만 있겠어

지천으로 물을 퍼붓고 흘러내리게 하여
강간의 그날을 잊지 말라고 지천을 황토 빛으로 물들이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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