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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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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비아 플라스의 시-거울
거울

나는 은빛이고 정확하다. 나는 선입견이 없다.
나는 눈에 보잊는 것은 모두 즉각 삼켜버린다
있는 그대로, 사랑이나 미움으로 채색하지 않은 채.
나는 잔인하지 않다, 단지 진실할 뿐-
모서리가 네 개인 작은 신의 눈.
대부분의 시간 나는 맞은 편 벽을 명상한다.
그건 작은 반점들이 있는 분홍빛. 너무 오래 바라보아서
그건 마치 내 심장의 일부인 것 같다. 하지만 그건 깜박거린다.
얼굴들과 어둠이 자꾸만 우리를 갈라놓는다.

이제 나는 호수다. 한 여이닝 내게 몸을 숙인다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알아내려고 나를 샅샅이 뒤지면서.
그런 다음 그녀는 저 거짓말쟁이들, 촛불이나 달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나는 그녀의 등을 본다, 그리고 그것을 충실하게 반영한다.
그녀는 눈물과 불안한 손짓으로 내게 보상한다.
나는 그녀에게 중요하다. 그녀가 왔다갔다 한다.
아침마다 어둠을 대신하는 것은 그녀의 얼굴이다.
그녀는 내 속에 어린 소녀를 익사시켰고, 한 늙은 여인이 내 속에서
매일 그녀를 향해 솟아오른다. 끔직한 물고기처럼.

==
위의 작품 <거울>은 자전적 해석의 여지가 많다. 심리학적으로 거울은 의식과 무의식의 세목들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는 경험의 총체이다.(..중략) 이 시는 두개의 자아의 이미지를 제시한다. 자전적으로 읽는다면, 거울처럼 은빛으로 반짝이는 재기발랄한 시인의 외연적 자아와 호수 밑바닥 깊은 곳에 숨어 있다가 돌연 빛나는 외연을 찢고 솟아오르는 "무시무시한 물고기"같은 억압된  자아가 그것이다.

이 시에서 화자가 거울 속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여성이다. 거울을 볼때 우리는 우리가 거울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거울이 우리를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거울은 자기 자신을 보고 있고, 스스로 보고 있는 대상이 여성ㅇ이므로, 여성은 곳 거울이 된다. 여성은 거울로서의 자신을 보고 있을 뿐 아니라 거울 속의 자신을 보고 있기도 하다. (...) 여기서 화자는 거울 표면에 투영된 외연적 이미지와 거울 속 내면의 자아를 통해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싶어한다.

총 2연으로 돼 있는 위의 시에서 1연은 거울의 특성에 대한 묘사와 진술로 이뤄져 있다. 거울의 특징중 하나는 그것이 "사랑이나 미움으로 채색"되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를 투사한다는 데 있다. 거울은 "진실할 뿐" "잔인하지 않다." 그렇다. 거울은 진실하다. 그러나 거울의 중요한 특징인 "진실"이 오히려 부정으로 진술된 거울의 특징인 "잔인하지 않다"를 부정할 수 있다는 점에 역설적 힘이 숨어 있다. 거울은 "진실할 뿐" "잔인하지 않다"가 거울은 "진실"하되/하므로 "잔인"하다로 역전되는 순간 이 시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2부에서 화자는 자신을 호수라고 선언한다. 호수는 평온한 상태에서는 사물의 표면을 비추는 거울의 역할을 하지만, 깊이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자아의 숨겨진 심층을 드러내주기에 적합한 이미지이다. 화자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 위해 호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고 살핀다. (....) 화자가 자신의 모습을 회피하려는 순간 호수는 화자의 반응을 섬세하게 보여줌으로써 본질적 자와와의 불안한 만남을 예시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물에서 튀어나오는 괴물의 이미지이다. 거울이 호수/물로 변용되는 순간이다. "끔찍한 물고기"의 이미지는 거울처럼 "개성이 없"는 "하얀 사람" 아래 숨겨진, 어쩌면 화자가 숨기고 싶어 하는 지향적 자아이다. 그것은<석고상 안에서>의 "늙은 누런 사람"을 환기시키면서, 거울의 표면을 뚫고 나오듯 호수 밑바작에서 솟아오르는 뭇무시한 괴물 같은 왜곡된 자아로 이해된다.

김구슬, <현대 영미시 산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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