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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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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석/수라,이형기/봄밤의 귀뚜리,김광규/늙은 소나무
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언제인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 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 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작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 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 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아나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이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 백석,「수라」-

봄밤에도 귀뚜리가 우는 것일까.봄밤, 그러나 우리 집 부엌에선귀뚜리처럼 우는 벌레가 있다.너무 일찍 왔거나 너무 늦게 왔거나아무튼 제철은 아닌데도 스스럼없이목청껏 우는 벌레.생명은 누구도 어쩌지 못한다.그저 열심히 열심히 울고또 열심히 열심히 사는 당당한 긍지,아아 하늘 같다.하늘의 뜻이다.봄밤 자정에 하늘까지 울린다.귀를 기울여라.태고의 원시림을 마구 흔드는 메아리 쩡쩡,메아리 쩡쩡서울 도심의 숲 솟은 고층가그것은 원시에서 현대까지를열심히 당당하게 혼자서도 운다.목청껏 하늘의 뜻을아아 하늘만큼 크게 운다.
- 이형기,「봄밤의 귀뚜리」-

새마을 회관 앞마당에서자연보호를 받고 있는늙은 소나무시원한 그림자 드리우고바람의 몸짓 보여주며백여 년을 변함없이 너는그 자리에 서 있었다송진마저 말라버린 몸통을 보면뿌리가 아플 때도 되었는데너의 고달픔 짐작도 못하고 회원들은시멘트로 밑동을 싸바르고주사까지 놓으면서그냥 서 있으라고 한다아무리 바람직하지 못하다 해도늙음은 가장 자연스러운 일오래간만에 털썩 주저앉아 너도한번 쉬고 싶을 것이다쉬었다가 다시 일어나기에몇백 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너의 졸음을 누가 막을 수 있으랴백여 년 동안 뜨고 있던 푸른 눈을 감으며끝내 서서 잠드는구나가지마다 붉게 시드는늙은 소나무
- 김광규,「늙은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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